2026년은 병오년입니다. 병오년은 말의 해로 불리며, 전통적으로 움직임과 변화, 확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말은 단순히 한 해를 상징하는 동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온 존재였습니다. 특히 우리 역사 속에서 말은 생활과 전쟁, 의례와 사후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녀 왔습니다. 병오년을 맞이하여 말의 상징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단순한 간지의 해석을 넘어 고대인들이 말에 부여했던 인식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인류가 말을 길들이기 시작한 이후, 말은 이동의 한계를 크게 확장시킨 동물이었습니다. 빠른 이동은 곧 권력과 연결되었고, 말의 보유 여부는 국가와 집단의 힘을 가늠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고대 사회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삼국 시대 이전부터 말은 중요한 자원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여겨졌고, 이는 고고학적 유물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각지에서 출토된 말 모양 토기입니다. 말 모양 토기는 실제 말의 형태를 비교적 단순화하여 표현한 유물로, 주로 무덤이나 의례와 관련된 공간에서 발견됩니다. 이러한 토기들은 말이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였음을 보여줍니다. 무덤에 말의 형상을 함께 묻었다는 것은, 말이 생전의 삶뿐 아니라 사후 세계로의 여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었음을 의미합니다. 말은 죽은 이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존재이자, 그 신분과 위상을 드러내는 상징물이었던 것입니다.
말 모양 토기에서 주목할 점은 사실적인 재현보다는 상징성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간결한 형태와 반복되는 요소들은 말의 외형을 정확히 묘사하기보다는, 말이 지닌 힘과 의미를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대 미술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으로, 보이는 것보다 믿는 것이 더 중요했던 당시의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 신라 시대에 이르러 더욱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로 발전하게 됩니다.
신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는 이러한 말에 대한 인식이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천마도는 자작나무 껍질 위에 그려진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으로, 현실의 말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초월적인 존재를 보여줍니다. 날개처럼 보이는 장식과 역동적인 선은 천마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잇는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말 모양 토기에서 나타났던 상징적 사고가,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한층 발전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천마도와 말 모양 토기를 함께 살펴보면, 고대인들이 말을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보다 분명해집니다. 말은 현실에서는 빠른 이동과 힘을 상징했고, 상징의 차원에서는 사후 세계로의 이동과 초월을 의미했습니다. 말이 땅을 달리는 존재에서 하늘을 나는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은, 인간이 말에 부여한 의미가 점점 확대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미술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확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병오년의 말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병오년은 불의 기운을 지닌 말의 해로, 전통적으로 활력과 전환의 시기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고대인들이 말에 부여했던 이동과 변화, 연결의 상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과거의 말이 물리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면, 오늘날의 말은 빠른 변화 속에서 방향을 묻는 상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말 모양 토기에서 시작해 천마도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말의 이미지는, 우리 조상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말을 매우 중요한 존재로 인식해 왔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말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고, 동시에 삶을 넘어서는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매개였습니다. 병오년을 맞아 이러한 고미술 속 말의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는 일은, 변화의 속도만큼이나 그 의미와 방향을 함께 돌아보게 합니다. 말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어디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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